무에나 - 편력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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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무에나의 편력기사 시절
아주 어렸을 적부터도 그와 그의 형제, 그의 아버지 셋 모두의 의견이 일치하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그 드문 일치 중 하나가 무에나 니어의 재능을 고려할 때 그에겐 창이 아닌 검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결론을 보았을 땐 누구보다도 저 자신에게 실망하였었다.
그러나, 대기사령 바깥의 세상을 알게 된 지금에서는, 무에나 니어는 자신에게 창이 아닌 검의 재능이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게 되었다.
카시미어에서, 창을 들 자격이 주어진다는 것은 기사 중에서도 가장 영예로운 기사임을 의미했다. 그러나 그의 재능은 아버지와 형과는 다른 길을 가리켰고, 젊은 종자는 창을 들어야 할지 계속 검을 닦아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채로 시험의 길에 나섰고, 그 길에서 선택을 마주한다.
그는 창을 들지 않기를 선택했다.
사정을 고하고 기사가 되지도 않겠으며 대기사령으로도 돌아가지 않겠다는 편지의 답장엔 짙은 분노와 실망이 담겨 있었으나, 그는 자신의 선택을 믿을 뿐이다.
은빛 기사라는 거창한 이름값이 중요한가? 당장 저들을 위해 싸워 줄 칼잡이 한 명이 절실한 사람들이 있는 현실이 중요한가?
‘너는 늘 마음이 약했지.’
아버지와 이해가 일치하는 일은 없었으나, 형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몇 년 앞서 같은 수행의 길을 나섰던 형이니 전쟁으로 피폐해진 사람들의 삶이 어떤지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돌아왔고, 기사가 되었다. 전쟁은 끝났으나 분쟁은 여전했기에 기사 또한 아직 사람들에게 필요한 존재였다.
그러나 ‘니어 가의 기사‘로는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아버지의 동의는 구할 수 없었으나, 형제는 서로의 선택을 이해하고 존중했다. 서로의 존재로 더욱 망설임 없이 자신의 선택을 관철할 수 있음을 알기에, 서로의 앞길에 축복을 빌었다.
고된 길이다. 모르고 선택하지 않았다. 편력기사는 길게 숨을 내쉬고, 턱까지 내렸던 천을 올려 흰 입김을 가렸다.
나무 위의 동료가 수신호를 보낸다. 그는 수풀 속으로 더욱 몸을 낮춘다. 패배도, 기다림도 두렵지 않다. 오직 그의 신념을 저버리는 것이 두려울 뿐.
덧붙임: 창 못쓴다는건 유서깊은 랜서가문 기준이고 평균 이상은 될 거라는 제 안의 설정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