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Arknights Dream

진단메이커 백업

돌의꿈 2023. 12. 3. 20:22

11.21 진단메이커 백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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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오필

동귀어진/사과/모든 것을 깨달았을 때

 

마녀의 사과

  사과를 한 입 베어물면 그 맛을 모르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입안에 퍼지는 향긋한 내음, 이로 으스러뜨리는 아삭한 감촉, 겨우 사과 하나였던 것을 베어물었을 때 그것은 비로소 향긋한 기억이 되어 추억으로 묻힌다.
  그러나 삶의 바다 속에 가라앉은 추억을 하나하나 꺼내어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기억이기에, 저를 칭하던 여러 이름조차도 망각한 마녀는 사과의 단맛을 추억하지 못한다. 그뿐이랴, 사과가 열린 나무도, 그 아래를 걷던 걸음도,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던 따스한 빛과, 그 옆. 보폭을 맞추며 걷던 이와 그가 멈추었던 가지의 아래, 가장 빛깔이 진한 사과를 고르던 손길, 그리고 마녀에게 내밀어졌던 수줍음…
  추억이 관째로 묻혀 이름조차 대지 못할 때, 받아들 마녀를 잃은 사과는 땅으로 굴러 떨어져 썩어가고 악마는 사과 농장이 아닌 죽음의 땅으로 걸어들어가 제 목숨을 저울에 올려 미래의 동귀어진을 확정지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깨달았을 때, 마녀는 그제야 추억의 진정한 의미를 깨우친다. 추억은 반복될 수 없기에 추억이다. 이제 가지에는 열매도 꽃도 맺히지 않고 나무는 베어져 밑동만 남았으며 홀로 걷는 걸음은 누구도 배려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사과의 단맛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반복되지 못할 추억은 곧 그리움이 되어 마녀를 사로잡는다. 이름을 기억해 냈으나 그것이 너무 늦은 마녀를. 다시는 받아들지 못할 그날의 사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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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시무에

거짓말/기다릴게/똑똑한 바보

 

  어떤 감정 앞에서 나는 아주 똑똑한 바보가 된다. 사람들은 내 판단이 옳다, 실력이 녹슬지 않았다 말한다. 그마저도 내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그래서 나는 가장 똑똑한 사람이되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다. 나는 나를 이루는 감정의 정의를 내리기는커녕 이것이 감정으로 인한 변화라는 것도 이제서야 깨달았는걸.
  그래서 이제야 네가 지쳐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실날같은 끈에 매달려 휘둘리는 것이. 비바람에 낡아서도 여전히 외로워서 손을 놓지 못하는 것이.
  이 모든 게 바보의 그릇된 판단으로 인한 일이라, 나는 너를 보내주려 한다.
  안녕이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너는 외로움에 시야 가려진 지 오래라 무엇이 정말 너를 괴롭게 하는 지 모르니까, 내가 결정해야만 한다.
  “기다릴게.”
  네가 오랫동안 찾아 헤멘 이의 단서를 손에 쥐여주고, 그 방향으로 떠나는 배를 잡아 너를 태운다. 그리고 거짓을 말한다.
  너는 희미하게 웃지만 나는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너는 돌아오지 않는 편이 행복할 것이며, 나를 떠나서야 비로소 자유로워지기에. 네가 떠난 곳에 네가 오래도록 찾아 헤멘 것을 만나 정착하는 것이 네게 있어 최고의 결말일 테니.
  그래서 멀리 떠나는 배를 오래도록 지켜보며, 그제야 진심을 입에 담는다.
  “사랑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