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메이커 연성 소재 키워드 사용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302638
렌리숴(을)를 위한 소재키워드 : 아카시아잎 / 목을 죄어오는 / 장난
올해는 꽃이 유난히 희다. 흰 꽃봉오리 틈으로 드문드문 보이는 잎은 싱그러운 녹색으로 살아난다. 그러나, 꽃나무 뿌리에 앉아 줄기에 등을 기댄, 유난히 흰 꽃보다도 더 흰 미인은 생명력 넘치는 아카시아에서 홀로 시들어가는 파리한 얼굴빛을 띠고 멍하니 시간을 보낼 뿐이다.
인간에게 있어 시간이란 매 순간 손가락 틈으로 새어나가는 것이 아쉬운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무엇이건만, 강제로 신의 일부를 받아낸 몸은 시간축에서 빗겨나가 그저 계절의 나고 듬을 지켜보기만 하게 될 뿐이다. 겨울이라는 끝이 있는 나무는 이토록 푸르건만, 유한한 시간축을 억지로 늘렸으니 얇아진 실은 언제듯 끊어질 듯 위태로울 뿐이다.
잎새로 부는 바람이 렌리의 마른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그의 이어진 생은 신의 애정일까, 혹은 그저 변덕스러운 장난일 뿐일까? 목을 죄어오는 의문을 떨치려 나온 산보건만 아카시아 꽃의 틈에서도 그는 향기에 섞여들지 못하고 말라갈 뿐이다.
문득 손을 내밀어 본다. 저 하늘로 날아오를 듯 치솟은 가지의 꽃이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봉오리째 떨어진다. 손안에서 흐트러진 꽃봉오리는, 꼭, 지금의 제 모습과 닮아 있지 않은가. 헛웃음을 지으며 손을 쥐었다 펴면 짓이겨진 꽃에서는 배로 향기가 난다.
여전히 하늘은 높다. 날아오르는 것은 그에겐 단 한 번도 허락되지 않았다. 지금에서도, 그는 눈을 감을 뿐이다. 희디 흰 꽃나무들 사이에, 유독 붉은 아카시아를 기리며.
체시무에(을)를 위한 소재키워드 : 부스러지는 낙엽 / 첫 눈 / 환영
문득 향한 바깥엔 금색 물결은 더 이상 없다. 수확이 끝난 밀밭은 드문드문 흙바닥을 드러내어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한다. 본래라면 맨땅이 드러나지 않도록 남은 짚으로 밭을 싸매야 할 텐데, 이번 겨울은 일러 농부들이 아직 준비를 다 하지 못한 모양이다.
무에나 니어는 오두막의 문간에 서서 바쁘게 움직이는 농부들을 먼발치에서 보다 고개를 돌린다. 안으로 돌아서는 그의 발밑에서 낙엽이 부스러진다. 마지막으로 집 앞을 쓴 것이 언제였더라. 언제고 깨어날 그의 연인을 위해서라도, 집 안팎을 다듬어 둘 필요를 새삼 느낀다.
박사, 체시 흐미엘은 오랜 잠에 빠졌다. 일반적인 상식에서 체시가 입은 부상과 감긴 눈은 영원한 이별을 의미했겠지만, 무에나는 켈시가 일러 준 대로 사흘 밤낮을 달려 우르수스의 국경을 밟았다.
모든 부활은 관 안에서 이루어진다. 무에나로서는 켈시를 믿는 것 외의 다른 선택이 없었다. 그는 짧지 않은 생에서 이미 충분히 잃어왔으며, 이번의 상실은 그에게도 돌이킬 수 없을 상처를 낼 것이 분명했으니. 겨우 내준 심장에 박힌 애정의 파편이 갑작스레 뽑혀 나간다면 그는 이번에야말로 제가 흘린 눈물에 잠겨 죽어갈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석관의 뚜껑을 제 손으로 봉하고, 기약 없는 기다림 곁에 남았다. 관지기는 또다시 그를 잃을 순 없어 관을 지키는 동시에 언제고 돌아올 연인을 가장 먼저 환영하기 위해 관 근처에 오두막을 세웠다. 그리고 하루, 이틀, 사흘...
두 잔을 내린 커피를 홀로 비우니 입이 쓰기만 하다. 바깥의 소란에 고개를 들면 아직 다 끝내지 못한 밭일 위로 첫눈이 온다며 지르는 고함이 얼핏 그의 귓가를 스친다. 첫눈을 함께 맞으면 무언가 이루어진다 하건만, 이번 겨울 또한 그의 기대를 보기 좋게 저버렸으나, 그는 실망도 하지 않고 그저 창의 덧문을 닫는다.
무에나 니어는 여전히 관 옆에 남아 있다. 고개를 숙이고 인내하는 것은 기사 아닌 기사로서 그가 늘 해오던 것이었으니. 기약 없는 기다림에도 오로지 재회를 기다리며 자리를 지킨다. 기약 못할 언젠가로 약속된 부활을 위해.
스카오필(을)를 위한 소재키워드 : 짊어져야 할 것들 / 멈춰버린 시간 / 증식
'오필리아.'
마녀의 기억은 온전하지 않음에도, 그 목소리만은 어쩐지 선명히 귓가를 울린다. 이뤄지지 않음은 상상도 하지 않음이 마땅하나, 모르는 목소리가 저를 절절히 그리워하고 있음을 돌이키게 되는 날엔 이뤄지지 않은 것들에 미련을 가지게 마련이다.
우리는 왜 짊어져야 할 것들이 그리도 많았을까. 현상에 가까운 마녀와 새파랗게 젊은 악마는 어찌하여. 반복되는 생 속에 그들이 함께한 아주 짧은 시간은 멈춰버린 채로 추억의 일부가 되었고 증식해가는 것은 오로시 현실, 악마가 떠난 자리에 남은 공허뿐이다.
그러니 베일을 두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추억을 놓아버릴 수 없다면 그 찰나의 기억으로 살아가리라. 그러기 위해, 내 손으로 관을 씌운 마왕과 내 손으로 끌어내려야 할 왕자의 곁에서,
마녀는 베일 아래로 웃는다.
블랙스카(을)를 위한 소재키워드 :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 / 마음 깊은곳에서 / 두손을 등 뒤로
"있지"
욕조 밖으로 내밀어진 손이 마른 손에 닿는다. 분명 축축할 텐데도 아랑곳 않고 맞잡는 손은 육지의 온도. 그렇지만 스카디는 이제는 안다. 육지라서 따스한 것이 아니라 블랙이 다정하기 그지없는 사람이라 따뜻하다는 것을.
여전히 마음 깊은 곳엔 불안이 남아 있다. 스카디의 정신에 깃든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떼어내는지 여전히 알 수 없는 채로 오늘을 맞이했다.
언젠가 위매니의 일부가 될 것이라면, 차라리 그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 침식의 진행을 늦출지도 모른다. 육지 말로는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 고 하던데. 필라인들은 그런 속담이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걸까. 상자를 열어보지 않고도 견딜 수 있는 걸까?
어쩌면 손을 잡는 것도 위험할지도 모른다. 스카디의 안에 있는 것이 블랙을 모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손을 등 뒤로 숨기고 바다로 도망치기에는 블랙이, 그의 곁이 너무 따뜻했다.
'만약 그 날이 온다면, 내 이름을 불러 줄래?'
"응, 스카디."
욕조 옆 맨바닥에 걸터앉은 청년은 안경 너머로 순한 미소를 돌려준다. 그저 부름에 답했을 뿐인, 스카디의 다음 말을 기다릴 뿐인데도, 어쩐지 스카디의 마음에 닿은 것 같아 싫지가 않다.
"블랙."
"으응."
"너는 물이 무섭지 않아?"
맞잡은 손이 욕조의 경계를 넘는다. 육지 생물의 손이 물안으로 가라앉고 소매를 적시면서도, 그는 순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할 뿐이다.
"스카디가 온 곳이잖아. 두렵다기보단, 궁금한걸."
"그렇구나."
"응."
손을 물 밖으로 돌려주려는데도, 이번에는 블랙이 손을 빼지 않는다. 물결치는 수면에서 흔들리는 손을 보다 고개를 들면 마주한 눈이 배시시 웃는다.
응. 그거면 됐어. 스카디도 두렵지 않아. 욕조에 등을 기대고 몸을 물안으로 담근다. 블랙 또한 욕조에 기대어, 물아래의 존재에게 작은 온기를 건넨다.
'연성 > Arknights Drea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렌리숴 - 고양이들의 자리비움 (0) | 2023.10.04 |
---|---|
체시무에 - 길들여진 것 (0) | 2023.09.27 |
체시무에 - 기념품 (0) | 2023.09.22 |
렌리숴 - 무명씨의 소회 (0) | 2023.09.22 |
스카오필 - 마녀와 흡혈종 (0) | 2023.09.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