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툴티페라 나비스 이벤트 스토리, 스펙터 디 언체인드의 오퍼레이터 레코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제 하다하다 한정캐의 개인스토리까지 읽어야 하는 커플을 잡았다.
시간 순서: 스툴티페라 나비스 - 스펙터 디 언체인드 오퍼레이터 레코드 [자아] - 지금 보고 계신 이거
로도스 아일랜드에 작은 변화의 바람이 찾아왔다. 이베리아에서 몇 명의 새로운 오퍼레이터가 잉크가 마르지 않은 계약서를 들고 승선했고, 오퍼레이터 스펙터는 자신을 되찾았다. 1098년, 로도스를 둘러싼 여러 복잡한 사실관계 속 그나마 축하할 만한 일이었다.
좋은 바람이 국가 간 감정과 편견에 묻혀 사라지지 않도록, 그리고 다른 찝찝한 일들을 잠시라도 함선에서 몰아내고자, 로도스의 박사는 닥터 켈시에게 새 친구들의 환영회를 열 것을 제안하였다. 그 제안은 받아들여졌으나, 몇몇 오퍼레이터들의 손과 입을 탄 '환영회'가 밥 한 번 먹자에서 오늘 밤을 불태우자가 되어버린 것은 박사 학위 두 개로도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쨌거나, 나쁘지 않은 밤이었다. 애타게 따라붙는 조르디의 도와달라는 눈빛(웬 검은 머리 남자에게 붙잡혀 샴페인을 다섯 잔째 받았다)을 모르는 척 하고 파티가 한창인 식당을 나와 바깥 갑판으로 올라서며, 전 재판관 아이린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로도스 아일랜드는 세간의 평가와는 동떨어진 곳이기는 하나, 그럼에도 호기심 반 경계 반의 시선이 따라붙던 것은 오래 문을 걸어잠갔던 제 조국과 이름 앞에 따라다니는 전 직책 탓이리라. 아이린은 그럼에도 감내하고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고, 이 배의 사람들은 나아가기 위해 배우고자 하는 이를 동료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황야의 밤바람은 아이린이 마지막으로 지냈던 바닷가 마을의 바람보다 건조하고 따스하다. 지상을 항행하는 배에 탄 것은, 이베리아의 전 재판관 아이린. 현 재판소의 전달자 아이린. 로도스 아일랜드의 오퍼레이터 아이린. 어느 쪽이든, 이베리아의 긴 침묵을 깨고 바깥으로 날아간…
"작은 새."
이제 그의 기척을 다른 사람의 것과 구분할 수 있게 된 아이린은 놀라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달빛을 받으며 갑판을 가로지르는 로렌티나의 걸음걸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우아했다.
"로렌티나.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이네."
"아기 새는 어떤가요. 저 안이 마음에 안 드나요?"
아이린은 고개를 저었다. 이 배는 분에 넘치게 좋은 곳이다. 승선한 지 고작 며칠이지만, 로도스가 아이린의 인생을 바꿀 두 번째 배임은 자명해 보였다.
"잠깐 바람 쐬러. 사람 많은 곳은 너무 오랜만이기도 하고…"
우아한 상어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이린의 옆에 서서 아이린과 같은 곳으로 시선을 향했다. 배가 달리는 황야의 수평선은 어둠의 장막에 가려졌음에도 선명하고, 그 위로 두 개의 달이 고고히 빛을 뿌린다. 파도가 달빛을 따라 희게 부서지는 것과 대조적으로, 대지의 오리지늄 결정은 달빛을 삼키며 검게 빛난다.
"로도스에만 있을 때는 몰랐는데, 바다에 다녀와 보니까 이 배는 진동이 심하네요."
로도스의 기관장이 들으면 펄쩍 뛸 말이었지만, 에기르와 이베리아 최고의 기술로 만들어진 배에 승선한 경험이 있는 아이린은 침묵으로 동의를 표했다.
지상을 항행하는 배와 바다를 항해하는 배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은 다르다. 하지만, 하늘에 뜬 달과 별의 빛만은 꼭 같았다. 은은한 달빛, 그리고 하늘 가득한 별빛. 그 빛을 눈에 담은 아이린은 이제 고개를 돌려 스펙터를 바라본다. 스툴티페라 나비스의 갑판에 서서 해사의 속삭임을 듣던 스펙터의 뒷모습 대신, 입가에 부드러운 호를 그리며 자신을 보는 로렌티나의 눈을.
마주한 눈을 곱게 접어 웃으며, 바다의 딸은 뒤로 두 발 물러선다. 그리고 등대 앞에서 이름을 환하게 밝혔던 그 날처럼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올린다.
"아이린, 저와 한 곡 춰주실 수 있을까요?"
"여기서? 갑자기?"
그렇게 말하면서도, 로렌티나의 새는 홀린 듯 손을 뻗는다. 로렌티나는 작은 손을 잡으며 눈을 내리깔아 웃는다.
"인간의 책에서 읽었어요. 이베리아의 황금시대에는 배가 흔했다죠. 지상의 인간은 함선을 타고 바다를 누비는 한편, 크루즈를 타고 바다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고도. 자, 내 손을 잡아요, 나의 작은 새. 한 시대 전의 인간들처럼, 배 위에서 춤추죠."
물에서부터 올라온 이번 속삭임은, 위험하지 않다. 여기는 스툴티페라 나비스가 아닌 로도스 아일랜드의 갑판이며, 눈앞의 이는 시본의 파편이 아닌 스펙터이자 로렌티나이기에.
상어는 낯선 곡조를 흥얼거리며 새를 이끌고, 새는 상어의 스텝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바짝 날이 서 있다. 상어는 그런 새를 보며 웃는다. 검은 면사를 걷어낸 두 개의 달이 새와 상어의 춤사위 위로 빛을 뿌린다. 바다는 이곳에 존재하지 않지만, 대신 대지가 두 사람을 지켜본다. 언제까지고 나아갈 수 있도록.
PS1
스카디: 상어는?
글래디아: 나는 상어의 보호자지만 그게 상어의 모든 것을 통제한다는 말은 아니죠.
스카디: oO(데이트하게 보내줬구나)
PS2
루멘은 다섯 번째 잔을 마시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어디선가 나타난 오키드가 미드나이트의 귀를 잡아당겼기 때문에… 하지만 술 대신 이어진 젠가도 해적게임도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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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8년은 기병과 사냥꾼 이벤트 날짜(1097)와 SN-ST-1의 아마이야의 언급(고요함 사건이 일어난 것은 1038년이에요. 금지령이 시행된 지는 5, 60년밖에 되지 않았고요)으로 추정한 날짜입니다. 제가 뭔가 빼먹었거나 이벤트 하다가 해가 넘어가서 1099년일 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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